- 이태원에 사고가 있었나 봐
같이 축구를 보던 반려인이 카톡을 확인하고 말했다
손흥민 선발 경기라 같이 본다고 팝콘을 아작이고 있었는데, 넘겨준 폰 화면에 뜨는 영상은 너무 충격적이었다.
실시간 상황이라며 수십명이 CPR을 하고 있는 모습.
아니 무슨 일이야? 왜? 추락사고인가?
압사라고 했다. 내내 아픈 마음으로 밤을 지났다.
그리고 다음날 확인되는 사망자수에 또 이럴 수가 있나 싶었다. 허망했다.
어쩔 수 없이 세월호가 겹쳐 떠오르기도했다.
사탕의 달콤함은 전혀 없었다. 쓴맛만 가득했다.
- 마음속에 이상하게 창피함도 들어
아닌 걸 알면서도 처음 사건을 접할때 '그러니까 왜 놀러 나가서-' 순간 피해자 공격적인 마음이 순간 떠올랐다.
그리고 이게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의 편견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느꼈다. -술 마시고 놀러 나가서- 라는 타이틀은 정말 잔인했다.
반성하고 반성해야 더럽지 않은 애도를 품을 수 있었다.
청소년 친구들을 만나면서 올해 처음으로 운동회를 한다, 수학여행을 간다, 졸업여행을 간다- 하며 신나서 조잘되던 모습이 떠오른다.
대학 축제도 이제야 다시 열리고, 춤추고 노래하는 친구들이 이제야 무대에 올라 박수를 받았다.
내향적이고 집순이인 나는 그 벅참을 미루어 짐작만 하지만, 깊이 공감되고 짠한 마음이었다.
어느 누가 그들의 죽음을 가벼이 여길 수 있을까
얼마나 설레는 마음이었을까, 얼마나 신났을까, 얼마나 기대하며 스스로를 꾸미고 확인하고, 집을 나섰을까
또 얼마나 고통스러웠고, 얼마나 무섭고, 무겁고... 스스로를 자책했을까
상상할 수도 없는 공포.
나는 즐거운 영상이라도 보자 하며 회피할 수 있는 고작 이런 심란함이지만,
유가족들의 사연을- 그들의 눈물을 차마 볼 수가 없었다.
그야말로 참사.
재난.
- 왜? 어째서? 어떻게??
책임을 져야 하는 이들은 누구인가, 뉴스에 나오는 권력자들은 누구도 책임이 없다고 하는 듯했다.
모두가 죽음 앞에 공평하다는 말은 거짓이었다.
죽음을 유예하고, 죽음을 미룰 수 있는 일, 죽음에 책임 지지 않을 수 있는 게 권력인가 보다- 지금의 상황이 나에게 일깨워주었다.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마약 성과를 내려 부러 사복 경찰만 있었던 것일까,
그래서 더 통제가 없었어야 했던 것일까
대통령의 경호에 700명이다,
시위에 동원되어 그런것이다-
이러쿵..저러쿵..
참...
내가 저 자리의 그들이라면 어떤 핑계와 합리화를 할까 생각해봤다.
누구에게 필요한 핑계인가.
조금이라도 피해자와 피해자 관련자들에게 필요한 위로는 무엇일까
적어도 이런식은 아닌 것은 알겠다.
경찰 미리 배치했어도 참사는 못 피할 것이었으니-
= 막을 수 있는 참사는 없으니 미리 안전 대책을 세우지 않아도 되니
= 어차피 별일 없을테니
안일함
무신경
무책임
우리는 나아지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퇴화하고 있는 것일까?
무려 21세기에
전쟁과, 참사와, 자연재해와, 이기적인 욕망들
폭력과 혐오들
에 대해 다시 떠올린다.
어제 새벽에도 지난 지진의 여진이었는지
지진으로 집이 흔들렸다.
붕 떠있던 공포가 다시 한점에 모이며 숨이 막혔다.
제발 모든 곳, 모든 곳에 평안과 평온이 다가서길 오늘도 바란다.
+ MBC 권설아센터장님의 인터뷰가 아주 명쾌했다. 마음 정리에 도움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