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하루일기 & 독서 한장

지난 29일, 온통 쓴맛만 가득했다. 지금까지도

마고랑이 2022. 11. 1. 16:56

 

- 이태원에 사고가 있었나 봐 

같이 축구를 보던 반려인이 카톡을 확인하고 말했다 

손흥민 선발 경기라 같이 본다고 팝콘을 아작이고 있었는데, 넘겨준 폰 화면에 뜨는 영상은 너무 충격적이었다. 

실시간 상황이라며 수십명이 CPR을 하고 있는 모습. 

 

아니 무슨 일이야? 왜? 추락사고인가? 

압사라고 했다. 내내 아픈 마음으로 밤을 지났다. 

그리고 다음날 확인되는 사망자수에 또 이럴 수가 있나 싶었다. 허망했다.

어쩔 수 없이 세월호가 겹쳐 떠오르기도했다. 

 

사탕 아니면 골탕

 

 

사탕의 달콤함은 전혀 없었다. 쓴맛만 가득했다. 

 

- 마음속에 이상하게 창피함도 들어 

아닌 걸 알면서도 처음 사건을 접할때 '그러니까 왜 놀러 나가서-' 순간 피해자 공격적인 마음이 순간 떠올랐다.

그리고 이게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의 편견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느꼈다. -술 마시고 놀러 나가서- 라는 타이틀은 정말 잔인했다. 

반성하고 반성해야 더럽지 않은 애도를 품을 수 있었다. 

 

청소년 친구들을 만나면서 올해 처음으로 운동회를 한다, 수학여행을 간다, 졸업여행을 간다- 하며 신나서 조잘되던 모습이 떠오른다.

대학 축제도 이제야 다시 열리고, 춤추고 노래하는 친구들이 이제야 무대에 올라 박수를 받았다. 

내향적이고 집순이인 나는 그 벅참을 미루어 짐작만 하지만, 깊이 공감되고 짠한 마음이었다. 

 

어느 누가 그들의 죽음을 가벼이 여길 수 있을까 

 

얼마나 설레는 마음이었을까, 얼마나 신났을까, 얼마나 기대하며 스스로를 꾸미고 확인하고, 집을 나섰을까 

 

또 얼마나 고통스러웠고, 얼마나 무섭고, 무겁고... 스스로를 자책했을까 

 

상상할 수도 없는 공포.

나는 즐거운 영상이라도 보자 하며 회피할 수 있는 고작 이런 심란함이지만, 

유가족들의 사연을- 그들의 눈물을 차마 볼 수가 없었다. 

 

그야말로 참사. 

재난. 

 

- 왜? 어째서? 어떻게?? 

책임을 져야 하는 이들은 누구인가, 뉴스에 나오는 권력자들은 누구도 책임이 없다고 하는 듯했다. 

모두가 죽음 앞에 공평하다는 말은 거짓이었다. 

죽음을 유예하고, 죽음을 미룰 수 있는 일, 죽음에 책임 지지 않을 수 있는 게 권력인가 보다- 지금의 상황이 나에게 일깨워주었다.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마약 성과를 내려 부러 사복 경찰만 있었던 것일까, 

그래서 더 통제가 없었어야 했던 것일까 

 

대통령의 경호에 700명이다, 

시위에 동원되어 그런것이다- 

이러쿵..저러쿵..

 

참...

내가 저 자리의 그들이라면 어떤 핑계와 합리화를 할까 생각해봤다. 

누구에게 필요한 핑계인가. 

조금이라도 피해자와 피해자 관련자들에게 필요한 위로는 무엇일까 

적어도 이런식은 아닌 것은 알겠다.

 

경찰 미리 배치했어도 참사는 못 피할 것이었으니- 

= 막을 수 있는 참사는 없으니 미리 안전 대책을 세우지 않아도 되니 

= 어차피 별일 없을테니 

 

안일함

무신경 

무책임 

 

우리는 나아지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퇴화하고 있는 것일까?

 

무려 21세기에

전쟁과, 참사와, 자연재해와, 이기적인 욕망들 

폭력과 혐오들

에 대해 다시 떠올린다. 

 

어제 새벽에도 지난 지진의 여진이었는지 

지진으로 집이 흔들렸다. 

붕 떠있던 공포가 다시 한점에 모이며 숨이 막혔다. 

 

제발 모든 곳, 모든 곳에 평안과 평온이 다가서길 오늘도 바란다. 

 

 

+ MBC 권설아센터장님의 인터뷰가 아주 명쾌했다. 마음 정리에 도움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