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어렸을 때에는 잠이 많다고만 생각했다. 누워서 한두 시간 뒤척여야 잠드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잠을 자는 시간이 길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번 잠들면 쭉 잠을 자긴 했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얕은 잠이 길어지고 잠이 들지 못하는 밤도 늘어났다.
나의 수면장애
꿈을 안꾸는 날이 없을 정도로 깊은 잠을 잘 못 잤던 것 같다. 보통 2-3개 꿈을 기억하는 편.
수면 환경에도 엄청 예민했다. 쓰던 베개와 이불이 같아야 하고 애착담요도 다 낡아서 없어질 때까지 집착한다. 혼자 잘 때는 불을 끄면 무서운데, 약한 불빛에도 예민해 잠을 못 들었다.
고등학생 때부터 신경 쓰이는 일이 있으면 잠을 잘 못 자는 날이 생겨났다. 원래도 뒤척이는 시간이 길었지만, 일어나야 하는 시간은 정해져 있기에 잠을 잘 못 자는 날은 하루가 무기력하곤 했다. (한국 수험생들의 수면시간 생각하면 투정 부릴 처지는 아니었겠지만)
성인이 되고는 더 심한 시기가 많아졌다. 한번은 2주간 잠에 든 시간에 10시간은 될까? 정말 좀비같이 생활하다가 안 되겠다 싶어서 정신건강의학과에 갔다. (이때 몸이나 마음 건강이 다 망가졌다)
수면제, 항우울제
처음에는 수면제인 졸민정 반개 0.125mg을 처방 받았다. 복용 첫날에는 진짜 신기하게 잠을 푹 잤다. 아직도 그 개운한 기억을 잊을 수 없다. 그러면서 살짝 불안하기도 했다. 수면제는 의존도나 중독이 심한 약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왜 그런지 단박에 이해가 됐다.
그리고 얼마 안가 졸민 0.125mg으로는 다시 잠을 못자게 됐다. 그래서 한 개인 0.25mg으로 투약량을 늘리고 항우울제인 뉴프람정과 자나팜정을 함께 복용했다.
한 번은 (0.25mg 이상 초과 복용은 권장되지 않지만) 잠이 안 와서 더 초과해서 혼자 복용한 적이 있었다. 그때 침실이 방에서 두 계단 정도 위에 위치해 있는데 몽롱해서 넘어질 뻔했었다.
그리고 모든 약이 그렇겠지만, 사실 환자가 스스로 투약을 결정해 늘리거나 줄이거나 중단하는 것은 절대 권하지 않는다!
불면증을 이겨 내기 위한 노력
우선 카페인을 전부 차단했다. 녹차나 더위사냥, 초콜렛의 미량의 카페인도 전부 금지했다. 커피 중독인 나로서는 정말 슬펐다.
그리고 햇빛을 쬐는 것과 걷는 것. 그러나 별 도움은 없었다. 하루종일 걸었던 날도 잠은 안 왔다. 햇빛 알레르기가 있어 쨍한 햇빛을 쬐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사실 원인은 스트레스와 신경써야할 버거운 일이 있었고, 나는 머리형이기 때문에 생각을 멈출 수 없는 게 이유가 컸다.
불면증은 불안함이나 걱정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항우울제를 함께 처방받은 것이 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었다.
나중에 수면제를 차차 줄여가고 끊고 나서는 테아닌 성분이 들어있는 수면보조제를 사서 먹기도 했었다. 비싸서 그렇지 어느 정도 도움이 됐다. (플라시보 효과였을지도)
개인적인 수면제 부작용
졸민은 장기 복용하다가 끊으면 금단증상이 있다고 한다. 두통이나 불쾌감, 복부 포함 근육경련 등 다양한 증상들이 있다. 보통 장복한 환자 대상으로 나타났지만 1~2주 복용 환자에게도 나타나기도 한다고 한다. 그렇기에 꼭 혼자 중단하지 말고 점진적으로 용량 감소해 복용하기를 추천.
나는 금단 증상은 크게 있지 않았지만, 의존성이 높아졌다. 한번 잠에 쉽게 들고 나니 약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수면제 먹으면 되니까'라는 생각이 계속 들기 시작했다. 이러한 생각은 더 큰 수면장애로 이어지게만 만들었다.
그리고 평상시에 어지러움과 감정 기복이 심해짐을 느꼈다. (이건 함께 복용한 항우울제 부작용일지도) 오히려 우울감을 느끼는 날이 많아지고 머리가 멍한 상태로 보내는 하루가 많아졌다.
그리고 이상한 건 잠이 들기 전 머릿속에 떠오르는 상상? 이 있었다. 눈을 감으면 생각들과 총천연색의 다양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떠다녔는데 수면제를 먹고나서부터는 그런 현상이 사라졌다. 이건 부작용?이라고 하기에는 긍정적 작용일 수도 있지만.
누워서 생각을 짜내려고 해도 내 마음대로 생각이 잘 안 되는 경험은 좀 공포스럽기까지 했다. 이건 평상시 생활해서도 비슷한 느낌이 있었다. 생각을 하는데 좀 답답하달까?
그렇게 몇 달 수면제의 도움과, 개인적인 노력으로 그때의 심한 불면증은 이겨냈었다. 다행히 졸민보다 강력한 수면제(졸피뎀 등)로 넘어가지도 않았고, 금단 증상도 없이 잘 중단했다.
그게 벌써 2년이 다 되어 가는데 최근 다시 심각한 불면증이 찾아와 다시 수면제 복용을 시작한 지 2주 정도 되어간다.
다시 돌아온 불면증
이번에는 졸민 0.25mg과 자나팜정으로 시작했다.
이번에도 눈물을 머금고 커피를 끊었다. 카페인 금지 모드로 들어가 먹는 것들도 신경 쓰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오히려 어지럽거나 두통의 부작용은 없었는데, 수면제로 특정할 수는 없지만 알러지성 두드러기가 며칠 심했고 알러지성 천식도 오랜만에 응급실에 갈 정도로 올라왔다.
면역력이 약해진 상태구나 깨달았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다시 챙기라고 불면증과 함께 이상 신호를 보내는 것이겠지.
햇빛을 안 쬐니 부족하겠지 싶은 비타민D와 마그네슘을 또 구매했다. ㅋㅋ 소 잃고 외양관 고치는 느낌으로 영양제도 이것저것 사고, ABC 주스도 시켰다. ㅋㅋㅋㅋㅋ
조만간 러닝도 시작해볼 예정이다. 달리기 정말 못하지만ㅠㅠ.
코로나 때문에 쉬고 있던 (공중분해되고 있는 회원권...) 요가도 다시 열심히 나가야지..
결국 다시 수면제 복용을 시작했지만, 수면 문제가 있을 때 도움을 받는 것을 추천한다. 나도 처음에는 괜한 무서움과 수면제에 대한 편견?으로 정신의학과를 가는 걸 망설였었다.
불면증을 가볍게 보고, 이걸로 무슨 병원을 가-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상이 잘 굴러가려면 좋은 수면이 기본이 되어 있어야 한다.
언젠가 눕자마자 잠들 수 있고, 하루에 6시간 이상 깨지 않고 푹 자는 걸 목표로. 오늘도 더 나은 잠자리를 위해 노력하는 하루를 기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