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이유 없이 눈물이 쏟아지던 날들이 있었다. 복용하고 있던 수면제와 항우울제의 부작용이라고 애써 핑계되면서. 감당이 안 되는 감정을 들여다보지 않았다. 한때, 나는 그랬다. 쏟아지는 타인의 것들을 보고 들으며 내가 가진 공포와 폭력의 기억들이 연결되어 내 경험처럼 생생하고, 분노했고, 울었다. 그러나 결국 나는 외면했다. 뭔가를 바꿔보려고 노력하는 힘은커녕, 지켜보기에도 더는 숨이 가빠서 뉴스와, SNS와, 사람들 중 일부를 끊어냈다. 작은 세계에 문을 닫고 이것이 전부라 여기며 이곳은 안전하다 믿으며. 여전히 공중 화장실에 갈 때마다 수많은 구멍을 들여다보며, 렌즈를 발견하기 위해 곳곳에 빨간색 플라스틱을 플래시에 비춰보며, 어디선가 내 몸과 살들이 웹상에 떠돌고 있을까 걱정하며, 옳다고 믿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