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서 발끝으로 커튼을 걷고 끼잉끼잉 창문 끌어 열면 보이는 풍경.
창틀에서 털북숭이 열매가 뿅! 하고 생겨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커튼과 창문을 열던 부들부들한 발끝으로 콕콕 찔러보고 문질러보는
털북숭이
동글동글 찌그러진 구 안에
다리와, 머리와, 쫑긋한 귀를 모두 숨기고 있다.
두 손으로 잡고 얼굴을 파묻을 수밖에 없는
귀 여 움
자매품으로
꼬리 달린 털북숭이 열매도 있다.
고양이가 식빵을 굽고 있을 때도 둥글어지고,
또 몸을 말아 '냥모나이트' 자세를 하고 있을 때도 둥그렇다.
고양이 액체설이 있을 만큼
좁은 곳도 잘 들어가고, 유연하게 늘어나는 고양이는 유동형이지만
기본형은 동그란 원형에 가까운 듯하다.
저게 과연 편할까 싶은
꾸깃꾸깃 몸을 말고 있는 고양이
퍼즐처럼 앞발과 뒷발, 꼬리가 제자리에 맞물려 동그랗게 몸을 말고.
다시 몸을 펴려면 하나하나 떨어져 네 발로 서있는 고양이가 된다.
그리고 다시 등을 둥그렇게 말아 올려 기지개를 켠다.
냥모나이트 모드일 때도 부르거나 콕 찌르면 얼굴부터 해체된다.
그리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는 모습이 내 마음도 동그랗게 만든다.
동그란 고양이는 두 손으로 똑 떠서 품 안에 넣고 싶다.
각진 세상과 뾰족한 미움, 날카로운 말들에서 예민해지는 나를
뭉뚝하게 만들어주는
동그란 고양이
복실복실함과 따뜻함은 덤.
반려묘들을 보고 있으면
반려인은 옆에서
'그렇게 좋니, 봐도 봐도 재밌니'
하고 묻는다
고양이들을 보는 내 입꼬리가
늘 둥그렇게 말아 올라가 있기 때문.
에헤헹. 하고 동글동글 허술하게 멋쩍은 웃음이 난다.
봐도 봐도 좋은
동글동글
오늘 하루도 너희들처럼 따숩고 둥글게 잘 굴러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