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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 그래서 초록옷 입은 애가 프랑켄슈타인이라고요?

마고랑이 2021. 8. 1. 22:41

 

 

'프랑켄슈타인' 하면 무엇이 생각나시나요? 

 

영화에서 만화에서 나오던 덩치가 크고 머리에는 나사가 박힌, 어딘가 어리숙하고 피부가 누덕누덕 기워져 있는 모습. 

 

떠오르지 않으시나요? 

 

저에게 프랑켄슈타인은 딱 그 정도였습니다. 

그저 서양 괴물의 한 종류로요. 

 

오늘은 그 프랑켄슈타인의 시초

수많은 프랑켄슈타인이 탄생할 수 있었던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을 소개합니다! 

 

 

 * 처음으로 안 사실은 프랑켄슈타인은 

그 흔히 떠오르는 피부가 바느질된 괴물의 이름이 아니라

괴물을 창조한 박사의 이름이었습니다. 

 

그 뒤로 메리 셸리의 '크리처', '창조물', '괴물'을 

재사용하면서 프랑켄슈타인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연스럽게 

괴물 = 프랑켄슈타인 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마치 '그래서 초록옷 입은 애가 젤다죠?' 같죠. ㅎㅎ 

(젤다의 전설이라는 게임의 주인공 이름은 링크이므로 흔히 생기는 오해) 

 

 

 * 200년 전 작품이라니!

깜짝 놀랐습니다. 초판 서문이 1818년에 쓰여진 것을 보고요. 

1918년이 아니고? 

 

 

서문이 1818년, 1831년 2개인 것은 

새로운 소설 시리즈를 출간하면서 새로운 저작권을 얻어 수정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초판이 출판될 때는 작가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작가가 익명으로 숨어 있는 동안 

초판 서문을 썼다고 알려져 있는 메리 셸리의 남편인

'퍼시 비시 셸리'가 프랑켄슈타인을 썼다고도 추측되었다고 합니다. 

 

그가 이미 유명했던 낭만주의 시인이기도 했지만 

메리 셸리가 여성 작가이기도 했기 때문이지요. 

 

200년 전 시대상을 들여다보면 더 이해가 가는 지점이지요. 

 

아이러니하고 좀 짜증이 나는 것은 

작자 미상이었을 때 이미 대중들의 환영을 받으며 

탁월한 소설로 칭송받았지만, 

 

자신의 작품이라고 메리 셸리가 밝히고 난 뒤에는 

개연성이나 진행방식, 내용에 대한 비판이 생겨나기도 했다네요. 허허.. 

 

확실히 현대 SF 소설들을 읽으면서 

유전자 조작이나, DNA 설계, 인공 배아로 태어나는 생명 말고 

 

시체에서 살점과 뼈를 가지고 와서 바느질해 만든 프랑켄슈타인의 '크리쳐'는 

발생과정은 단순히 몇 문장으로 대충 넘어가 버릴 만큼,

아주 투박하고 비교적 훨씬 비현실적인 접근 방식입니다. 

 

그러나 200년 전이라고 생각하니, 

이것이.. 참.. 저는 감탄만 나오더라고요. 

 

우리나라의 1800년대 소설이 뭐가 있지? 

혹시 여류작가의 소설이 있을까?

비교해보고 싶었는데 간단한 검색으로는 작품은 찾을 수 없네요ㅠ.ㅠ 

 

한국 최초의 근대소설로 인정되는 이광수의 '무정'이 1917년에 출간된 점을 돌아보면

다양한 문학작품이 남아있는 서양권이 부러운 느낌도 드네요. 

 

 

 

 

 * 강력한 괴물과 천재 박사의 유쾌한 세상 파괴 스토리라고 생각했던... 

처음에는 천재 박사와 프랑켄슈타인이라는 괴물이 세상과 맞서 싸우는 

유쾌 살벌 스토리? 라고 막연히 알고 있었습니다. (두치와 뿌꾸 영향인가?) 

 

실상은 정체성의 혼란이 덕지덕지 묻은 서글픔과 폭력이 남은 소설. 

 

실제 프랑켄슈타인인 몇 년에 걸쳐 '생명을 창조'하는 일을 드디어 해냈지만 

자신의 역작인 '크리쳐'가 살아남과 동시에 그것을 버립니다. 

 

처음부터 공포감을 느끼고 혐오감으로 그것을 회피하고, 

제거하고 싶은 욕망을 느끼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 싶어 합니다. 

 

 

 

 

다른 외모와 괴력을 가진 '크리쳐'는 

태어나자마자 창조자에게 버려지고 

 

인간성과 인간 세계를 스스로 배워가지만,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습니다. 

누구의 애정도 받을 수 없습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 살아가는

무시무시한 '그것' 

 

나는 당신의 피조물이고, 당신이 당신의 역할을 맡는다면 나 역시 당연한 주인이자 왕인 당신에게 상냥하고 유순하게 굴 것이다. 
오, 프랑켄슈타인. 
다른 이들에게는 공정하면서 나만 짓밟지 마라. 나야말로 당신의 정의를, 당신의 관용과 애정을 반드시 받아야 할 존재가 아닌가.
기억하라, 나는 당신의 피조물인 것을. 
나는 당신의 아담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대신 나는 타락한 천사가 되어,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음에도 당신에게서 기쁨을 빼앗겼다. 
사방에서 덧없는 행복이 보이는데 나만 결코 그것을 가질 수 없다. 나는 자애와 선을 베풀었지만 불행이 나를 악마로 만들었다. 

-프랑켄슈타인과 피조물의 첫 번째 대화 

 

 * 프랑켄슈타인 소설은 

 

소설이라기보다는 희곡스러워 반복적인 문장도 많습니다. 

 

프랑켄슈타인은 너무 무책임하고 '크리쳐'는 살인마입니다. 

 

왜 저러는지 그들의 인과를 따라가기에 버거운 지점이 분명 있어 답답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소설 속 주인공들에게 소설 속 주인공다운 인간성을 바라고 있지 않았나 하고요. 

 

실상 실제 인간들이 얼마나 모순적이고 앞뒤가 안 맞는가 생각하면 

현실적이지 않은 '오- 과연 그런 것인가!'라고 연극배우처럼 외치는 

프랑켄슈타인과 그것이 되려 인간에 가깝지 않은가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년 전이라고 감안하지 않더라도.

 

초반 서론이 너무 흡입력 있고 인물들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것 같아서 

훅 빠져들어가는 소설입니다. 

 

고전 괴물의 발생지를 함께 하고 싶으시다면 

프랑켄슈타인을 읽어보셔도 좋다고 추천드립니다. 

 

훌훌 막힘없이 읽을 수 있어요, 번역도 잘 되어있습니다. 

 

 

 

창조주시여, 흙을 가지고 저를 인간으로 지어달라 부탁드렸습니까? 
저를 암흑으로부터 끌어내어 달라 청했습니까? 
[실낙원]
- 프랑켄슈타인 첫 장 인용문 

 

 

 * 나는 누구인가, 왜 태어났는가 

의 진리는 언젠가 밝혀질까요? 

 

 *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의 탄생이라는 영화가 2017년에 개봉했습니다. 

제목처럼 메리 셸리가 주인공인데요. 참 기구한 인생입니다. 

 

소설의 탄생 배경, 작가의 이야기를 따라가 보니 소설 마지막 역자 해제의

 

"창조에 관한 낭만적 이상과 환멸" 

이라는 제목이 참 잘 어울립니다. 

 

사실 이 소설보다 영화를 보고 메리 셸리 연보를 보고 나니 

작가 자체에 관한 관심이 더 생깁니다. 

 

프랑켄슈타인 소설 속에서 

메리 셸리의 삶의 가닥을 느끼며 

괴물 속에서 그녀를 봅니다. 

 

메리 셸리가 크리쳐의 입을 통해 외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마음이 조금 아팠습니다. 

 

'최후의 인간'이라는 메리 셸리의 소설도 

언젠간 읽어봐야겠다 라고 적어놨답니다. 

 

 * 마치며 

메리 셸리와 프랑켄슈타인을 떠올리며 

살짝 차분해지는 기분인데, 의자에서 일어나서 밥해먹어야겠습니다! ㅎㅎ 

 

선명하고 평온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읽은 도서

프랑켄슈타인 : 현대의 프로메테우스 

메리 셸리 지음 / 이나경 옮김 

arte(아르테) SF...F..C. 

오늘을 다시 읽는 클래식 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