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볼 때에도 최대한 사전 정보 없이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러니까 영화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는 보통 누가 같이 보자고 한다던가, 포스터가 마음에 들었다거나, 타이밍이 맞았다거나 하는 식으로 우연적으로 관람하게 됩니다.
저에게 사유의 방도 그랬습니다. 우연히 반가사유상 굿즈 사진을 보고 예쁘다고 생각했고, '사유의 방'이라는 전시가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 용와대 이전할 때 국중박도 언뜻 거론되는 것을 듣고 '이거 빨리 보러가야겠는데' 하는 위험 신호로 몸을 움직이게 되었습니다.
작년 말부터 열린 상설전시고 워낙 유명해서 늦었다면 늦은 방문이었지만, 이 감동에 대해 함께 떠들고 싶은 마음으로 적어내려갑니다.
사유의 방
사유의 방은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2층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상설전시이기 때문에 무료 관람입니다. 국보 78호와 83호가 나란히 전시가 되어 있습니다.
'사유의 방'이라고 전시 이름도 있었기 때문에 굉장히 다양한 전시가 함께 되어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시실을 들어서면 어둡고 정적인 미디어아트를 지나 반가사유상이 전시된 원형 방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리고 나가는 문이 바로 연결되어 있었죠.
정말 딱 두점의 반가사유상만 있을 뿐 아무런 텍스트도, 설명도 없었습니다.
사유의 방
두루 헤아리며 깊은 생각에 잠기는 시간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들뜬 마음이었지만, 사유에 방에 들어서는 순간 압도당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전체적으로 조명이 밝지 않고, 벽과 천장이 모두 어두운 색으로 정적인 기운을 풍기는 것도 있었지만 원형으로 만들어진 전시장에 반가사유상이 앉아있는 모습이 묘한 침착함을 주고- 개인적으로는 약간의 섬뜻함이 느껴졌습니다.
각 6세기, 7세기에 만들어졌다고 추정되는 반가사유상은 지금으로부터 벌써 1,500여 년 전에 만들어진 불상입니다. 저는 물성에도 시간과 염원이 깃든다고 생각합니다.
과학적인 추론을 통해 현대에서 저 반가사유상을 같은 방식으로 복제하는 과정을 시도했는데 아마 한 번에 성공하지 못했을 거라고 추측했습니다. 탄생부터 수십 번이 넘는 간절함이 담기고, 이후에도 얼마나 많은 세월을 겪고 많은 사람들의 기도를 들었을까요?
우아한 미소를 띈 표정에서 위안과 안정을 찾는다고 하지만, 저는 되려 오래된 할머니 나무를 보는 것 같은 우직함과 슬픔이 함께 느껴졌습니다.
'사유'라는 단어를 극대화하기 위해 전시관에는 어떠한 정보도 주어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온전히 개인이 느끼고- 생각하고 사유함을 돕기 위해서요. 대신 전시관을 나오고 들어갈 때 전시 안내 큐알코드가 안내되어있어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아래는 큐알코드를 통해 들어갈 수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사유의방 가이드집입니다.
▼사유의방 가이드북 링크는 아래와 같습니다▼
반가사유상
반가사유상은 이 두 국보만을 뜻하는 이름은 아닙니다. 반가(오른쪽 다리를 반대 무릎 위에 올리고 있는 자세) + 사유 (생각하는 모습)의 불상으로 한 발을 올리고 손을 얼굴에 대고 사색에 잠긴 모습을 한 불상을 모두 반가사유상이라고 부릅니다.
비교적 뾰족뾰족한 장식을 하고 옷의 디테일이 많은 78호가 아래 83호보다 50여년 전, 6세기에 만들어졌다고 추정 됩니다. 무게도 78호가 훨씬 가볍고 장식의 디테일도 그렇지만, 시대상으로 앞서있었기 때문에 수정한 흔적도 훨씬 많다고 합니다. (겉으로 보이에 보이지 않고 현대의 과학기술로 파악)
83호가 78호에 비해 장신구도 동글동글하고 선도 단순합니다. 그러나 예술적인 옷주름의 표현과 우아함이 높게 평가되어 더 가치 있는 작품으로 이야기되기도 한답니다. 후대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완성도도 더 높은 것이겠죠?
그러나 저는 와글와글한 취향의 사람이라 그런지 78호의 화려하고 빈틈없는 아름다움이 더 눈길이 갔습니다.
사유의 방이 더 특별한 이유는 두 국보가 동시에 전시된 경우는 정말 없었다고 합니다. 하나의 반가사유상만을 전시하고 하나는 보관하는 형태로 진행된 전시가 보통이었답니다.
사유의 방 기획하고 만드는 과정을 영상으로 보았는데 정말 많은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댄 결과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세심한 디테일들이 쌓여서 방에 들어가는 순간 받았던 감동이 되었겠죠.
그리고 그 압도감에는 또 있는 그대로를 관람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유리관에 쌓여있지 않은 그대로의 반가사유상을요!
원형으로 되어있는 전시장 덕분에 빙글빙글 돌며 반가사유상의 뒷모습을 포함한 다양한 각도를 직접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벽도 흙으로 미장되어있어서 특이하다고 생각했는데 계피를 넣어 향까지 신경 쓴 기획전이더라고요. 기획도 오래걸리고 돈도 많이 들어가고 인기도 많아서 금방 끝날 것 같지는 않지만, 관심 있으시면 상설이라고 안심하지 말고 시간 되실때 꼭 다녀오세요!!! 인생사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요.. 후후후...
사유의 탄생 다큐
저 같은 '스포 싫어- 있는 그대로 느끼고 싶어-' 파 라면 전시를 먼저 보시고 시청하시기를 권하고 아니라면 시청후에 반문하시면 더 풍부한 관람이 되실 수 있을 겁니다.
사유의 방 기획단계부터 함께 진행된 다큐인가 봐요. 지난 5월에 방영되었던 '사유의 탄생' 이라는 제목의 다큐입니다. 유튜브에 검색하시면 하이라이트 바로 시청하실 수 있어요.
다큐는 1부 구원의 미소, 2부 청춘의 초상 이라는 부제목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1부는 반가사유상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짐작해 볼 수 있게 밀랍주조법으로 진행된 복원 작업을 보실 수 있고 - 1,2부에 걸쳐 반가사유상이 누구였을까? 미소는 어떤 것들과 공통되어있는지- 사유하는 자세는 언제부터, 무엇부터 시작되었는지 다양하게 발자취를 따라가 볼 수 있습니다.
전시를 보고 집에 돌아와 시청하는데 벅찬 감정이 배로 올라오더라고요. 그리고 어김없는 국뽕도 살짝..
반가사유상 우리나라에서 만든거다ㅠㅠ 이것 좀 보세요!! 세상 사람들!! 이렇게 정교하고 아름다운 불상을 보세요!! ㅎㅎ
근데 제가 국뽕에 취해있지 않아도 이미 외국에서도 전시 초청이 많다고 해요~
반가사유상 미니어처 피규어
그. 리. 고!!!! 대망의!!!!! 반가사유상 굿즈입니다!!!
우연히 보게 된 반가사유상 피규어에 반해서 사유의 방까지 알게 되었을 만큼 저를 혹 빠지게 한 장본인들입니다. 전에 원색 버전 때 알게 되었는데 이번에 나온 파스텔 버전이 진짜 예뻐요ㅠㅠ
처음에는 개나리색, 연노랑, 분홍, 연분홍 등 더 다양한 색상이 있었는데 지금은 민트, 퍼플, 아이보리, 그레이, 스카이 블루, 브라운 6 색상만 판매 중이더라고요.
(이런 파스텔톤의 미니어처도 있고 정말 황동 같은 실제 모습과 같은 고렴이 미니어처도 있어요~!)
뾰족뾰족한 78호와 둥글둥글한 83호 둘 다 미니어처로 나와있습니다. 그러나 온라인샵에서 83호는 팔고 있기 때문에 오프라인에서만 판매하는 78호를 미리 데려왔어요. 저는 00호라고 해서 크기인가? 싶었는데 국보 지정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었어요.
78호는 아무래도 뾰족한 장식들이 많아서 파손의 위험이 있어 오프라인에서만 판매한다고 합니다.
뮤지엄숍은 한 번에 찾기 어려워서 링크 남겨 놓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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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TMI
친구한테 '사실 나 굿즈 사러 가는 거다'라고 말했을 때 친구가 '어 나도 그거 알아!' 하더라고요. 맞아 맞아 이거 유명하지 대답했더니 아니 글쎄, 방탄이 샀던 굿즈라서 본인도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방탄소년단의 RM이 사서 책상에 올려뒀던 미니어처로 유명했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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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에 한분씩 데려다 놓으면 바라볼 때 빡친 마음 정돈에도 도움이 될 것 같고, 인테리어 효과도 만점...
온라인에서 사진으로 봤을 때는 아이보리랑 무조건 보라!! 보라색!! 살 거야!! 했는데 실제로 보니까 아이보리도 물론 너무 예뻤지만, 스카이 블루가 진짜 실물 갑이더라고요..
49,000원으로 마음껏 모셔올 수가 없어서 우선 한 명 데려왔지만, 83호도 조만간 꼭... 모셔올 것.. 입.. 니다...
더 귀여운 버전으로 방향제가 있었어요. 이 친구들은 아직 색상도 많이 남아있나 봐요.
실제 색상이 어떤지 마음껏 가까이에서 구경했어요.
깨끗한 따뜻함을 담고 있는 아이보리, 황동 느낌이 나는 브라운, 부드러운 그레이 색상- 요렇게 3가지는 무난하고
뒤에 보이는 스카이 블루랑 퍼플, 민트는 딱 봐도 색상이 있어서 눈에 확 띕니다.
미니어처 표정이 더 선명한 것은 83 호고요, 78호는 눈두덩이가 비교적 살짝 연하게 표현되어 있었답니다.
퍼플과 스카이 블루 옆에 놔두기도 해 보고
퍼플+퍼플을 옆에 놓고 비교도 해봅니다. 반가사유상 구매하면 엽서 증정 이벤트 중이었던데 저도, 계산해주시는 분도 서로 까먹어서 못 챙겼어요ㅠㅠ
그래서 저의 선택은?!
반가사유상 미니어처 내돈내산 개봉 후기
물론 오프라인 한정 판매 중인 78호로 선택했고! 퍼플 색상을 골랐답니다!! 예쁜 상자 안에 스펀지와 뾱뾱이 포장되어있고 작은 설명서 한 장이 동봉되어있습니다.
너무 예쁘죠?! ㅠㅠ
물론 피규어라 흠집이나 마감 흔적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색상도 잘 뽑았고 섬세하게 잘 나왔다고 생각해요. 표정도 정말 잘 살렸어요.
실제 사유의 방에서 보았던 국보랑 다르게 미니미하고 색상도 예뻐서- 실물의 강렬함 없이 잔잔함만 느껴져서 더 좋아요.. 정말 마음 가라앉히고 짧은 명상하기 좋은 미니어처예요.
그리고 같이 사온 신수 자석도 자랑! ㅎㅎ
국립중앙박물관에 가시면 꼭 굿즈샵도 들려주세요! 1층 통로에도 있고 입구 들어가자마자 있는 더 큰 샵도 마련되어있어요. 미미달 같은 한국 전통 디자인 브랜드들도 많이 입점해있고 아주 눈이 즐겁습니다.. 귀여운 것투성이.. 국중박 굿즈팀 화이팅!!
지금 2층에 호랑이 그림 상설전시도 있던데.. 못 보고 온 게 아쉽습니다. 다리 아파서 더 둘러보지도 못했어요. 보고 싶은 특별전시 생겼을 때 날 잡고 다시 다녀와야겠습니다.
그럼 길고 길었던 촌사람의 국중박 방문기는 여기서 마칩니다~ 오늘도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국중박 가는 길과 아스테카 특별전 후기